사회적기업 안산팝스오케스트라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산팝스오케스트라는 음대를 졸업한 청년 예술가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단체로 2009년에 창단되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과 청년 예술가들이 학교를 졸업한 뒤 갈 곳이 없는 현실을 보며 그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모여 만들어졌죠. 저희 안산팝스오케스트라에서는 정기 공연 외에도 바우처와 같은 교육 사업들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안산팝스오케스트라는 2011년 예비사회적기업이 되었는데요. 사회적기업이 되고자 결심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제가 네덜란드에 유학을 갔다가 한국에 돌아왔던 시기가 2007년이었어요. 그 때가 사회적기업이 태동되던 시기였는데, 그 때 사회적기업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말씀드렸듯이 문화예술 관련 학과를 졸업한 청년들이 취업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어요. 그리고 취업을 하더라도 끝까지 남아서 일하는 친구들도 많지 않아요. 이런 문제들 때문에 같은 꿈을 꾸는 동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틀에 박힌 공연이 아닌 새로운 색깔의 공연을 할 수 있는 단체가 되고 싶다는 목표도 사회적기업이 되고자 하는 큰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사회적기업을 준비하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서울에 있던 공연단체 중 사회적기업을 준비하고 있던 단체에 1년 반 정도 일하면서 사회적기업을 준비하는 과정을 배웠어요. 그리고 현재 서울에 있는 사회적기업 서울오케스트라 대표님이 선배인데, 덕분에 사회적기업 운영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습니다. 그렇게 예비사회적기업이 되기까지 2년이 걸렸네요.
사회적기업을 위해 많이 준비하셨던 것 같은데요. 사회적기업이 된 이후 가장 크게 바뀌었던 변화들이 있을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오케스트라 단체는 행정업무에 대한 역량이 조금 부족합니다. 저희 역시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고 사회적기업에 발을 디딘 시기에 서류를 작성하는 방법, 보관하는 방법, 더 나아가 회계, 노무 관리 등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서 많이 힘들었죠. 사회적기업이 된 이후 제출해야 되는 서류들이 워낙 많다 보니 힘들기도 했지만 덕분에 행정 역량이 높아졌고, 서류가 쌓이면서 안산팝스오케스트라의 역사를 돌아보고 사업계획을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따로 있나요?
저희는 연주단원들이 직접 기획하고, 사업계획도 작성하고 있습니다. 재정적 문제 때문에도 있지만, 연주 능력뿐만 아니라 워드나 엑셀과 같이 다른 능력도 쌓아가고 발전하면 좋겠다는 개인적 생각도 있었고, 운영위원회에서 연주단원인 직원들이 행정 업무를 동시에 해보자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물론 직원들이 동의를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실제로 안산팝스오케스트라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대형 기획사에 취업한 친구도 있어요.
직원 분들이 힘드실 수도 있겠지만, 기획 역량이 높아진다는 건 안산팝스오케스트라만의 강점이 될 것 같아요. 혹시 또 다른 강점이 있다면요?
기존 안산팝스오케스트라는 전통 클래식으로 시작했습니다. 예비사회적기업이 된 이후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는 기업으로써 지속가능성이 뭘까 많이 고민했어요. 저희는 문화예술 공연단체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 다른 오케스트라와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대중과 함께 할 수 있는 공연을 개발하기 위해 서양음악과 국악을 접목한 ‘재즈, 국악과 사랑에 빠지다’와 성교육과 클래식을 접목시킨 ‘음악으로 풀어가는 성(性) 이야기’라는 공연 콘텐츠를 개발해서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도 관련 내용으로 정기 공연을 진행하고 있는데 아주 인기가 많아요.
제목만 들어도 흥미있는 공연들을 많이 하고 계신 것 같아요. 공연뿐만 아니라 교육 사업도 많이 하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어떤 교육들을 하고 계신가요?
클래식 악기교육 등 바우처 교육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안산에 있는 단체이기 때문에 안산 지역에 있는 2개의 초등학교와 업무협약을 맺었는데요. 각 학교의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악기교육을 매월 무료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악기와 교재 등은 모두 무상으로 대여하고 있고, 매년 약 80명 정도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죠. 모두 저희 직원들이 찾아가서 재능기부 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인데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보람된 순간도 많을 것 같아요
바우처 교육 사업에 사용되었던 남는 악기와 교재들을 1년간 무상으로 아이들한테 대여해주는데요. 아이들이 악기를 들고 다니면서 뿌듯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이 교육들이 아이들에게는 자신감을 상승시키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방법이 되기도 해요. 처음 가르칠 때 실력 하나 없던 아이들이 1년이 지나고 공연을 할 때 자신감 찬 모습으로 공연하는 모습을 보면 많이 보람되고, 재능기부를 하는 직원들 역시 결과에 뿌듯함을 느끼죠. 저희한테도 만족감이 높은 것 같습니다.
사회적기업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세요?
사회적기업에 녹아들기 위해 초창기 많이 고생했어요. 행정적인 부분이나 기업의 기초적인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죠. 2년 정도 지나니 노하우도 쌓이고, 이제 막 잘 될 수 있겠다 하던 시점에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잡혀 있던 공연이 다 취소되면서 침체기를 겪었어요. 하반기 공연을 많이 진행하면서 적자를 줄여가나 싶었더니 다음 해 메르스가 발병했어요. 그 때가 가장 힘들었죠. 직원들에게 열흘이 넘는 휴가를 주고, 공연할 수 있는 날들만 기다렸어요. 다행히 올해는 지방 순회 공연이 잡히면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 안산에서 ‘우리동네 사회적기업가 만나는 날’ 이라는 네트워크 모임이 있는데요. 대표님께서는 문화예술 분야에 있으시다보니 관련 업종 사회적기업간의 네트워크에 대한 관심도 많으실 것 같아요.
과거부터 꾸준히 시도들은 계속 있었어요. 그런데 구심점이 없었죠. 분야가 다르고 하고자 하는 것도 달랐어요. 지금은 사람과세상이 브릿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문화예술 분야의 사회적기업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사업을 하는데 희망적이라고 봅니다. 욕심 같아서는 문화예술 사회적기업가들이 모여서 작은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싶어요. 문화예술 사회적기업가들이 일반 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번 저희 공연을 보셨던 블로거가 ‘사회적기업이라고 해서 별로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공연이 좋았다’ 라는 평가를 하시더라구요. 그 글을 보고 좀 많이 놀랐어요. 그리고 대중들이 갖고 있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페스티벌에 대한 고민도 자연스럽게 드는 것 같아요. 다양한 네트워크 구축들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아주 좋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기업가를 꿈꾸는 예비 사회적기업가를 위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사회적기업 힘듭니다.(웃음) 사실 할 말이 많지 않아요. 저도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습니다. 사회적기업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배우는 것들이 많았어요. 이익의 사회 환원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능에 대해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느끼고 배우는게 많았죠. 그래서인지 제가 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딱 하나 있습니다. 개인의 욕심을 버리고 다수의 욕심을 챙길 줄 아는 사람이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면 좋겠습니다.